행복은 기본, 인생 해답은 덤

송언주 / 주부. 서울시 마포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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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5살 난 여자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 옆에 누워 물었다.
“엄마, 난 커서 뭐가 돼?”
“응, 넌 커서 엄마가 되지.”
엄마가 대답했다.
아이는 자기가 엄마가 된다는 게 이해가 됐다. 아이는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 다음엔 뭐가 돼?”
“그 다음엔 할머니가 되지.”
아이는 주름진 할머니 모습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다정했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어느 정도 그 대답도 이해가 갔다. 아이는 또다시 물었다.
“할머니가 된 다음엔 뭐가 돼?”
“그 다음엔 죽지.”
답을 하고는 엄마는 이내 잠이 들었다.
5살 여자아이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람이 죽고 가족들이 울던 장면이 떠올라 무섭고 두렵고 슬픈 마음에 밤새 울며 베개를 적셨다.
이후 아이는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나?’ ‘죽을 건데 뭐 하러 열심히 사나?’ 하는 의문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었다.

인생의 의문 풀기 위해 시작한 명상

나는 밑으로 두 남동생을 둔 3남매 중 첫째 딸로 부모님을 비롯해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들과 함께 사는 대가족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장손이라 우리 집은 항상 제사와 명절차례, 회갑진갑 생신 잔치, 약혼식, 결혼식 등으로 1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음식도 풍성한 가운데 경제적으로도 별 부족함 없이 살았다.
열심히 공부하여 학업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늘 칭찬받는 모범생이었다. 인생의 근본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나의 삶은 계속되었다. 당시 인기학과인 영문학과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4년여의 직장생활 후 결혼도 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던 남편은 평사원부터 지점장을 거쳐 대기업 임원까지 승진하였고, 별 어려움 없이 두 아들을 키우게 되었다.
두 아이를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키우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책을 뒤적이고 유익하다 싶은 수업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바쁘게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던 지인으로부터 ‘명상을 통해 인생의 의문이 풀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인생의 의문이 풀린다고? 순간 머리가 띵 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숙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직접 명상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왜 아이들을 이렇게 대할까?

당시 엄마라는 역할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서일까. 처음으로 지난 삶을 돌아보는데 나의 어린 시절보다는 사춘기로 반항하던 큰아이에 대한 마음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컴퓨터 게임에만 집중하고 매사에 짜증을 내고 여러 가지 수업활동을 거부하고 있던 큰아이.
나는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며 아이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내 계획대로 필요하다 싶은 학원을 선택해 보냈었다. 심지어는 미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학교에 못 가겠다는 아이를 책가방으로 때리기까지 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떠올리고 버리기를 반복할수록 ‘아이를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나의 열등감을 채우려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 1등을 해야지.”
칭찬받을 것을 기대하며 60명 중에 10등을 한 시험성적표를 아빠에게 보여드렸을 때 ‘에이, 1등을 해야지!’ 했던 아빠의 한마디에 위축되고 상처받았던 내 모습, 선생님의 질문에 틀린 답을 말하자 놀려댄 친구들 때문에 무안하고 창피했던 기억들….
어린 시절의 그런 기억들은 나를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내 아이만은 당당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욕심이 되어 턱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이라고 여겼던 행동이 아이에겐 불필요한 간섭이고 집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미안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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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은 사라지고 리더십은 깨어나고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제 마음 버릴 줄 아는 엄마였다.
명상을 계속하며 열등감은 물론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과 아이에 대한 집착을 버려갔고 그만큼 아이를 향한 잔소리도 사라져갔다.
엄마를 바뀌게 한 마음수련이 궁금했던지, 아이들도 방학 동안 청소년캠프에 참가했다.
아이들은 더 빨리 바뀌는 것 같았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다스릴 줄 알게 된 아이들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본인이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갔고, 나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나 역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탓에 남 앞에 서는 걸 매우 부끄러워했었는데, 최근 교육컨설팅 법인의 대표로 일을 할 만큼 자신감도 생겼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한다는 평가를 들을 때면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 명상이 내 안에 내재돼 있던 열등감은 사라지게 하고 잠재돼 있던 리더십을 깨워준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곧 생각이고 성격이라는 말처럼 마음을 버리자 성격도 삶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모든 답은 원래 내 안에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절대 풀리지 않았던 숙제,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나?’ ‘죽을 건데 뭐 하러 열심히 살아야 하나?’ 했던 인생의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저 마음을 비웠을 뿐인데, 인생의 풀리지 않던 답들이 덤으로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사실 삶에 지치고 온갖 복잡한 마음이 들끓고 있으니, 보이지 않았을 뿐 모든 답은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 마음 상태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평온 그 자체다.
끊임없이 일어났던 잡념도 근심걱정도 미래 혹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일체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꼭 찾아야 할 삶의 이유 아닐까.
항상 편안하고 언제나 행복한 삶. 이 벅찬 행복의 시작이 우연히 만난 명상 덕분이라니,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송언주 님은 1968년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으며 숙명여자대학고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무역업에 종사하다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았으나, 마음 한 켠에 늘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나?’ ‘죽을 건데 뭐 하러 열심히 사나?’ 하는 의문을 갖고 있던 중 마음수련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교육컨설팅 대표를 거쳐 현재는 주부이자 명상 강연가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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