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내가 바라던 삶

이미정 / 산내중학교 교사.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

mi-jeong-lee-meditation-review

남편이 잠을 못 자고 끙끙 앓았다. 새벽에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몹시 힘들어 보였다. 이유를 묻자, 회사에서 자신이 한 말이 의도와 다르게 전해졌고, 상대와 큰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이후 오해는 더욱 깊어지고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3개월 전에 본 마음수련 책자가 떠올랐다. 그때는 대충 보고 ‘나중에…’라고 생각했었는데 남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가까운 지역센터에 가서 세미나를 듣고 함께 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처음엔 나보다는 남편이 빨리 좋아지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남편을 계속 살피면서 잘되는지 궁금해했지만 아무래도 시간 여유가 많은 내가 명상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남편을 신경 쓰기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버리는 것에 푹 빠지게 되었다.
참 신기했다. 이 명상은 그저 자기의 산 삶을 돌아보게 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마음들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 스스로가 버리게 하는 게 다였다. 그런데 내가 그 동안 알아왔고 알고 있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자꾸 보게 되는 것이다. 평범하게 모범적으로 살아왔으며,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 것이다.

mi-jeong-lee-meditation-review-3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진짜 나일까?

어릴 때부터 나는 늘 예의 바르고 모범생이란 소리를 들었다. 또 그렇게 평가받으려 많이 노력했다. 교사가 되어서도 책임감 있고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며 학생들에게도 진심을 다하는 열정적인 교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인정받는 나,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돌아보니, 내 삶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나’밖에 없었다.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불편한 일이 있어도 혼자서만 삭이고는 절대 말하지 않고, 혹시라도 실수나 잘못을 하면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다그치고…. 그것이 바르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속에 나의 진짜 삶은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괜찮은 사람, 잘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내가 있었을 뿐…. 교사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살아온 삶은 그대로 기준이 되었고, 바름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내 기준대로 잘 따라오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구분을 지었으며, 그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열정적인 교사라 착각했다.
명상은 그런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쩌면 영영 모르고 싶었고, 모른 척했을 밑바닥에 있는 그 마음을 그렇게 모두 보여주었던 것이다.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희망이었다. 볼 수 있었기에 무엇을 버려야 할지도 알 수 있었고, 버릴수록 좋아지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였다.

mi-jeong-lee-meditation-review-2

나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의 시작

남편도 힘들었던 마음을 많이 비우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처음엔 명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했지만 꾸준히 명상을 한 만큼 스트레스를 주었던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빈도가 줄었다. 굳어 있던 얼굴도 조금씩 풀어지더니 어느 날 저녁, 더 이상은 힘들었던 그 일에 끌려 다니지 않게 됐다면서 실제로 그 마음속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말했다. 오해를 했던 상대에 대해서도 이제는 편안히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먼저 나의 변화를 말해준 사람 역시 남편이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해 신경전을 벌이고 나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괜한 피해의식 속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 없어졌고,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니 잔소리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예민한 편이라 낯선 곳에 가서는 잠도 잘 못 자고 낯선 사람들과는 친해지기 전까진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장소가 바뀌어도 잘 자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편안하게 먼저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교직생활 5년쯤 되었을 때, 옆자리 선생님이 나에게 첫인상이 차가워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함께한 지 1년이 훌쩍 지나 친분이 쌓인 후에야 해준 말이었다. 그때 거울을 보면서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바람을 이제야 이룬 것 같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척하고 살았던 마음, 나만 옳다 하는 기준들을 버린 만큼, 주변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저절로 마음이 긍정적이 된 결과였다. 긍정의 효과는 놀라워서, 요즘은 ‘차가웠던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미소가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나 자신을 가두고 괴롭히고, 그만큼 주변을 힘들게 했던 마음에서 완전히 해방된 지금,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 진심으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이미정 님은 1979년 경기도 파주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사범대학교 재학 중 임용고사에 합격, 졸업 후 국어교사가 되었습니다.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게 되었고, 여유 있게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는 님은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된 것에 감사하면서 행복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Share on FacebookTweet about this on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