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대한 으리!’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 ‘신토부으리!’ ‘으리집 으리음료’…
‘이로써 나는 팔도와의 의리를 지켰다. 광고주는 갑, 나는 으리니까!’
70년대 액션 영화배우처럼 등장해 ‘으리’를 외치는 이 남자!
보기만 해도 웃음이 쏟아지는 병맛 나는 이 광고.
지난 5월 7일 첫 선을 보인 비락식혜의 의리 광고는 대한민국을 강타하며 ‘의리 열풍’을 몰고 왔지요.
그으리스도! 독도는 으리땅! 카카오스토으리, 너구으리, 엠피쓰으리, 대으리운전, 민유으리…. 의리 시리즈, 의리 드립, 각종 패러디들이 이어졌고, 그것은 또 의리 마케팅으로 연결됐는데요. (실제로 비락식혜는 광고 이후 매출이 65% 증가했다고 해요.)
심지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홍보를 위한 행사에서 톰 크루즈까지 “의리!”를 외쳐 화제가 되었죠.
왜 의리 열풍인가?
진정한 의리를 그리워하는 우리 시대의 마음을 대변했다는 분석도 진행됐는데요.
“저의 진심이 진실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서 너무 고무적이고 너무 눈물 나게 감사드리고 더욱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평생 의리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김보성, YTN 인터뷰. 2014.6.6.)
의리 열풍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보성은 이런 심정을 이야기했지요.
사실 김보성(본명 허석, 1966년 생)은 데뷔 이후부터 줄곧 차게 의리를 외치고 지켜온 의리의 싸나이로,
단순히 설정이 아닌,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였습니다.
그런 김보성이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이 광고가 효과가 있었으리까요?
김보성의 의리 열풍 속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돌아볼까 합니다.
의리의 3단계, 김보성의 의리 철학
“오늘, 하하와의 의리로 왔습니다. 일단 의리의 정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리는 일단 정의감이 있어야 합니다. 나랑 친하다고 해서 ‘왜 안 돼’ 이건 의리가 아닙니다. 정의는 가슴에서 사랑에서 출발돼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의리는 곧 사랑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도무문. 정도의 길을 걸으면 거칠 것이 없다. 권모술수하지 하지 말라는 말씀이에요. 이 세상 최고의 수는 무수(無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면 되는 거예요. 그냥 의리로.”
무한도전, 새로운 10년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의 시간.(377회, 2014.5.3. 방송)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 박명수, 노홍철 등 멤버들이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
그때 ‘의리’를 공약으로 내세운 하하를 위해 김보성이 깜짝 출연을 하지요.
갑자기 등장한 그를 보며 멤버들이 웅성대며 방해를 하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의리의 정의를 설파하지요. 역시 의리 강연계의 1인자!
예능 프로에 나와서 하는 단순히 말장난이라기보다 그의 의리론에는 진정성이 느껴졌는데요.
실제로 많은 인터뷰들에서 “의리를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숙성됐을 의리의 3단계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이 시대의 최고의 의리는 나눔의 의리다,라는 말씀을 항상 드리는데요. 1단계 우정, 2단계 정의, 3단계 화합과 나눔.
1단계 우정은 이런 말이죠. 주식형제천개유요, 급난지붕일개무라. 우리가 술과 밥을 먹을 때는 1000명의 형제가 있지만 정작 어려울 때는 1명의 형제가 없구나. 그런 차원에서 우정의 의리이고, 2단계 정의는 아무리 친하다고 해서 범법행위나 공익을 벗어난, 의리는 진정한 의리가 아니다. 그래서 가슴에 정의감이 있어야 진정한 의리가 빛을 내기 시작하는 거고, 가슴에 정의감이 자리 잡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타심이 생겨서 3단계 타인을 생각하는 나눔과 화합의 의리가 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리’
김보성은 어린 시절부터 의리 있는 친구로 통했다고 해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읽고, 사회의 부정부패를 박살내는 장총찬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죠.
액션 배우가 된 것도, 약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에게 의리를 전파하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그 후 영화 투캅스2(1996), 투캅스3(1998) 등을 통해 ‘의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을 했는데요.
하지만 ‘의리’를 외쳐온 그의 삶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지요.
‘의리’만 강조하다 보니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배우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고, 2000년 이후 그의 캐릭터는 비호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의리를 지키려다 죽을 고비도 넘기고, 재산 손해를 보는 등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보성은 ‘의리’라는 가치를 버리지 않았죠. 힘든 시기들을 거치며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성공은 ‘의리를 지키는 삶’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힘든 고비들이 ‘의리’의 철학을 더 깊고 단단하게 해준 셈인데요.
“손해 보는 것을 당하는 것은 다 과정이고 의리의 사나이는 고독할 수밖에 없고, 억울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제가 각오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냥 퉁치는 거죠.
만약에 내가 잘못이 없는데 손해를 당했다. 전생에 내 잘못이 있었다면 이걸로 이 세상에서 퉁을 치자. 하지만 만약에 내가 전생에 잘못이 없는데 나한테 잘못을 했다. 그러면 다음 세상에서 당신이 나한테 갚겠지, 굉장히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저보다 더 힘든 분들이 있을 때 저는 정말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실패는 여러 번 할 수 있다, 반복해서. 하지만 포기하면 끝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의리로서 도움을 드리면 그분이 다시 또 희망을 얻고, 그런 거죠.”
YTN인터뷰. 2014.6.17.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면 누구나 성공한 인생
2014년, 5월. 비락식혜의 으리 광고를 통해 드디어 그가 자신의 삶을 다 바쳐 지키고 싶었던 ‘의리’라는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 과장되고 이상해 보였던 의리론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심지어는 정까지 들어버렸지요.
대도무문, 초지일관 의리 사나이. 의리가 뚝심 있게 ‘의리’를 지켜준 김보성에게 선물을 준 것이었으리까요?
비락식혜 광고가 대히트를 치면서 김보성에게 여기저기서 CF 제의가 들어온다고 해요. 하지만 의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리의 진정성을 부각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고심하고 있답니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갖는 것부터가 의리의 시작이라는 김보성.
그는 의리가 우리 가슴에 자리 잡으면 우리 사회에 기적이 올 것이라 믿고 있지요.
물질의 시대가 아닌 영성의 시대.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인정받고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의리의 사회로.
김보성의 의리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리 열풍이 잠잠해진 후에도 김보성은 자신의 의리를 초지일관 지켜나가겠지요?
그의 바람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남을 진심으로 위하는 의리의 가치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면 성공한 인생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고 김대중(1926-2009) 대통령은 진정한 성공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당장은 아니어도 오랫동안 삶의 원칙을 고수하며 가치 있게 산 사람들이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는 인정받고 성공하는 모습도 보게 되지요. 김보성처럼.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마치 내 일인 양 기뻐지기도 합니다.
물론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그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인생은 성공한 삶일 겁니다.
그럼 김보성의 의리 철학으로 마무으리!!
“대도무문. 정도의 길을 걸으면 거칠 것이 없다. 이 세상 최고의 수는 무수(無數)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면 되는 거예요. 그냥 의리로.”
p.s 의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의리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관우는 어떻게 신으로까지 추앙받았을까! 관우가 김보성보다 더 으리으리한 이유’ <관우의 의리론>에서 찾은 의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