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입에도 대지 못하던 나

성** / 28세 / 밀양, 2024-03-02

어릴때 복숭아밭 사건 이후로 저는 과일은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복숭아밭을 지나는데 잘 익은 복숭아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복숭아밭 주인할머니가 복숭아를 먹는 저를 발견하시고는
엄청 혼을 내셨습니다. 남의 것에 함부로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면서 회초리를 드셨습니다.

저는 떨어진 것이라 주워 먹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할머니는
믿지 않으셨어요. 엄마에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지만 편을 들어주기는 커녕
할머니처럼 의심하는 것만 같았어요.
엄마가 이웃 할머니에 대한 억울함과 원망을 제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과일은 입에도 대기 싫어졌습니다. 과일만 보면 억울하고 화가 났거든요.

퇴근 후 취미생활 겸 명상을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복숭아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원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과일을 입대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어린 저의 모습도 있었구요.

그 원망의 마음을 없어질 때까지 버렸습니다.
원망하던 마음을 버리니 엄마도, 할머니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행여나 제가 바르게 자라지 못할까봐 걱정하셨던 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과일 잘 먹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참 오랫동안 맛보지 못하고 살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