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원에 입소하기 하루 전날 오전까지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지방 선거를 치르고 나서 예상치 못했던 낙선을 하면서 내 마음은 실망감, 배신감, 원망 등 온갖 상념들로 인해 선거가 끝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나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기간 마음수련을 해온 누나로부터 수련원에 다녀올 것을 권유 받고도 일상에서 별 할 일도 없으면서 뭔가 할 일 있는 것 같은 마음의 끈을 쥐고 그렇게 헤매고 있었던 것 같다.
금요일 오후 용기를 내어 누나가 알려준 지역수련원에 연락을 해서 토요일 2시까지 창원으로 오면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음의 갈등이 정리됐다. 이제 수련원으로 가는 것이다.
10여 년 전쯤 수련원에 왔던 경험이 한편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할 것 같고 한편으로는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다. 그때 깨치지 못한 것이 큰 짐이었다.
수련원에 도착하여 6일차, 나름 열심히 마음을 버려보지만 뭔가 꽉 막힌 느낌이다. 도움 선생님과 도우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오늘까지 왔다. 깨치고 아니고를 떠나 이곳 수련원에 온 것이 너무도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하루에도 3~4번 잠을 깨고 온갖 번뇌 망상에 사로잡혔던 그것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수련원에 온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수련이 잘 되다가도 꽉 막혀 힘들 때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수련을 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도 깨치지 못한 마음이 조금은 자존심도 상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집착일 수 있고 마음을 버리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아니, 이후 평생 마음을 닦으며 살아가는 계기가 되고 내 삶이 평온을 찾아간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온갖 번뇌 망상에서 해방돼
인지태 / 46세 / 1과정 / 경남 함안군,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