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엄마의 잔소리도 정겹게 느껴져요

양승수 / 22세 / 7과정 / 창원 상남수련원, 2014-12-30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면 제 방에 들어가 폰만 만지기 일쑤고, 엄마의 잔소리가 죽기보다 더 싫어서 온갖 가시 박힌 말들로 엄마의 심장을 후벼 파고 주말에는 늦잠자기 바빠서 주중에 제대로 얼굴 보기도 힘든 아빠에게 아침밥 같이 먹자는 말도 못해주는 큰딸, 내 생활하기에 너무 벅차서 동생 표정 하나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이기적인 언니... 수련하기 전 집에서의 내 모습이다.

무엇이 그리 바쁘고 중요했던지.. .매일 얼굴 마주보고 사는 가족에게 나는 남보다도 못한 사람 행세를 했다 그러면서 바깥에서 사귄 많은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겐 차갑고 가장 먼 사람에겐 따뜻한 이기주의자가 바로 수련하기 전의 나였다. 수련을 하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가진 것은 엄마와의 관계이다. 수련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진덩어리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왜 그렇게 ‘착한아이’에 집착했는지도 알았다. 엄마에게서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너무 고파서 그렇게나 멀리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이를 알고 버리고 나니 너무나 신기하게도 엄마의 사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말도 신경질적이고 잔소리하기 일쑤인 우리 엄마의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나를 위한 마음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그 이후로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요즘은 엄마의 잔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 아빠와 동생과도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늘어났고 어느새 가족 4명이 투닥투닥거리며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물론 시시때때로 서로 마음이 올라오고 나 또한 사진에 먹혀버린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가짜니까.
내겐 새로운 시야를 터주고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내가 얼마나 못된 인간인지를 알려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