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받은 기쁨과 고통의 원인이 이거였구나!
어떤여자 / 20세 / 1과정 / 구의수능 끝나고 두 달간 잉여로움의 절정을 누리던 나를 엄마가 수련원으로 질질 끌어 집어넣었을 때, 수련이고 1과정이고 가서 살이나 빠지면 그나마 보람차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입소했다. 그런데 세상에, 첫날부터 고3같은 수련생활이 시작됐다.
밥 먹고 몸 좀 움직이고 꼼짝없이 앉아서 머리 쓰고 자고 먹고 앉아서 머리 돌리고... 초반엔 아주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셋째 날이었나? 수련을 하다가 쿵!!! 하고 깨달아진 게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위한 내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로지 내 두 눈을 통해 보아진 걸 세계라고 여겼다.
세상의 중심에는 내가 서 있어야 하는데, 나의 세계에서조차 나는 중심이 아니었고, 최고가 아니었다. 인생을 둘러보니 내가 진짜로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수 시간 봉사 활동을 한 것도 나를 위해서였고 하물며 친구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 것도 나의 이미지를 위해서였다. 내 세계에서 나는 최고여야 했기에 나를 한없이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 내가 살면서 받은 기쁨과 고통의 원인은 다 이것이었다.
그게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진짜세계와 나의 세계를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계속 앉아서 수련만 하긴 하는데, 뭐가 달라진 게 있나?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침·점심·저녁 시간 그 찰나의 시간에 내가 전과 다르다고 느낀 때가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불쑥불쑥 두려움이 덮쳐올 때도 있다. 잘 수련하다가도 갑자기 가짜세계가 다 진짜다, 다 진짜였다, 달라지는 건 없다, 앞으로도 계속 상처받을 거다, 하고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도 한다. 마치 이 수련을 시작도 하지 않았던 상태로 되돌아가기도 해서 괴롭기도 했다. 부디 이 들쭉날쭉한 마음이 1과정만의 한계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