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중앙동센터 편안한 분위기 속 명상 진행 강사 아닌 ‘도움님’ 수련 지도
각자 기억에 달라붙은 감정들 스스로 옥죄는 스트레스 요인 감정 덜어내고 본래 마음 찾는 7단계의 ‘마음 빼기’ 명상법
“성공을 행복으로 알았던 나… 마음 비우며 불안 증세 떨쳐내”
이 세상에 태어나 교육받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온갖 사건을 겪습니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자아를 형성해 나갑니다. 사회학에서 사회화라고 부르는 과정입니다.
>마음수련 수련자들이 부산 중앙동 센터에서 마음 빼기를 위한 명상에 집중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하나, 그러한 게 모든 것은 아닙니다. 광활한 우주를 다 담을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깥으로 내놓는 건 결국 일부에 그칩니다. 더욱이 감각 기관을 통해 정신 영역에 담은 내용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생깁니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순간입니다. 시쳇말로 멘붕에 빠지는 것이지요. 서양철학의 인식론이 그토록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이유입니다.
아집과 욕망이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색안경을 쓰고 본 세상을 진실로 고집하고, 현실과 현재를 잊은 채 딴 장소에서 과거와 미래에 포획돼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늘 불만족스럽고 초조와 불안에 시달리는 일상을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어찌하면 이런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 해결의 실마리를 만나려 수행 단체 ‘마음수련’에 들러봅니다.
■’마음을 뺀다’라는 명상 수련
부산 중구에 있는 마음수련 중앙동 센터를 찾았다. 도시철도 중앙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여러 명이 방석에 편히 앉아 깊은 명상을 하고 있다. 카메라 셔터 누르기가 주저되는 고요함이다. 이 센터에서는 명상을 도와주는 이들을 ‘도움님’이라 부른다. 애초에는 강사라는 호칭을 썼으나, 금방 바뀌었단다. 스스로 하는 명상 수련에 가르친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박희원 도움은 ‘마음을 뺀다’라는 표현을 쓴다. 다른 명상수련을 접할 때 자주 듣는 ‘마음을 가라앉힌다’가 아니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를 알기 위해 마음의 정체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보고 듣고 한 경험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뇌에 저장한다. 뇌가 찍은 사진에 감정이 담겨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행복한 기억은 기쁨과 안정으로 다가오고, 그렇지 않은 기억은 회상만으로도 고통을 안기는 것이다. 마음수련에선 이처럼 마음 사진을 ‘뇌가 저장한 사진’으로 정의한다.
■뇌 속에 저장된 허상을 버려야
사람들은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마음도 모두 다르다. 마음속 카메라 렌즈마다 ‘필터’가 달라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뇌 속의 사진이 실제와 다른 허상이라는 점이다. 우리 기억이 카메라처럼 뇌가 각색하고 왜곡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가짜 사진을 가지고 있으니 현재 생각과 행동을 올바르게 바꾸기 어렵다. 삶의 기억에 달라붙어 있는 감정과 관념이란 허상이 자신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찍어 저장해 놓은 사진을 버리지 않는 한, 마음에서 생기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버리기 힘들다. 그래서 마음을 빼고 본래 마음을 찾아내는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을 뺀다’는 건 곧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버린다는 뜻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뺄 수 있을까. 박 도움이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사과 한 알을 코끼리가 먹어버려 그 사과가 사라지는 상황을 머리에 떠올리는 명상을 소개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뇌 속에 저장된 사진, 즉 마음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힘을 기른다고 한다. 이런 ‘가짜 마음’ 빼기는 모두 7단계로 구성돼 있다. 기억된 생각 버리기, 자기의 상과 인연의 상과 자기 버리기 등의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해 눈물이 났다’
2002년부터 마음수련을 접한 이상석(63) 씨는 그 이전을 회고한다. 공직생활 시절, 그는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끊일 날이 없었다. 한 치도 빈틈없이 공직 업무를 수행해온 세월이었다. 그처럼 자부심이 컸기에 고민이 더 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완벽주의를 통해 추구한 행동이 유일한 길이 아니었다는 걸 마음수련을 만나고서야 깨우쳤다. 그러한 자세가 배우자, 부모, 동료 같은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줬다는 각성도 뒤따랐다. 부끄럽고 미안해 눈물이 났다. 이제는 명상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역지사지하는 태도로 삶을 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명은(39) 씨는 4년 전 우연히 마음수련을 접했다. 늘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선 저곳의 일을 걱정하고, 현재에선 과거 일로 후회하고, 미래의 일로 초조해하는 생활이었다. 최 씨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버리고 나니 그런 잡생각이 사라졌다” 며 “지금, 이곳에서 일에 집중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한의사인 윤정제(42) 씨는 한때 성공을 행복으로 알고 살았다. 인생에 있어 덧셈만이 최고인 줄 알던 시절이었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에게 과부하가 걸렸음을 직감했다. 채우면 채울수록 만족감은커녕 불안해지는 증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선배 소개로 마음수련을 만났다. 윤 씨는 “마음을 빼고, 비우니 안정을 찾게 됐고,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련자들은 자신의 일정에 따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명상 시간도 최소 30분부터 3시간까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중앙동센터는 사무실이 많은 곳에 자리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수련자도 많다. 부산에는 14개의 명상센터가 있다. 051-467-7245.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