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깔끔하고 부담없는 공간서
– 쉽고 편하게 ‘마음빼기’ 훈련
– 뇌에 사진처럼 찍힌 기억
– 하나하나 떠올려 지우면
– 부정적 생각·상처 사라져
“나는 별 문제 없이 살고 있어. 그런데 왜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한 걸까?” “너무 지쳐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적인 생활을 되풀이하다 보니 무감각해져서다. 여간해선 감동을 받지 않는다. 때론 무엇에 쫓기듯 불안하다. 마음의 병을 치유할 방법이 없을까? 부산 마음수련중앙동센터 관계자들은 명상을 권했다.
>하재욱 도움(왼쪽)과 빈토 배로우 씨가 4층 수련실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이 센터는 겉으로는 커피숍처럼 보였다. 실내는 깔끔하고 편안했다. 7단계 명상 수련을 마친 천명희 씨는 “명상이란 말을 들으면 지루한 느낌이나 난감한 생각부터 든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실내를 편안하게 꾸몄다”고 했다. 이 센터의 명상법은 실내 공간처럼 다가가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명상을 위한 복장이나 도구가 필요없다. 명상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대로 하면 된다.
센터 관계자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뺀다’는 표현을 썼다. ‘마음 빼기’는 여러 생각이 가득 찬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마음 빼기는 3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눈을 감고 머릿속에 사과 한 알을 떠올려 본다. 사과는 사진처럼 떠오른다. 그러면 그 사과를 휴지통에 버린다. 그 순간 머릿속에 사과라는 사진은 없어진다.
이 센터에서는 명상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도움님’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태어나서 겪게 되는 일들은 사진처럼 뇌에 찍힙니다. 당시 느낌이나 생각이 그 장면에 덧입혀져 기억으로 남는 겁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린 뒤 버리면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느낌, 상처 등도 같이 사라지게 됩니다.” 박희원 도움의 설명이다. 마음을 뺀다는 건 부정적인 마음(기억)을 버리는 것이다.
이곳 수련자 중 명상 3단계에 들어선 캐나다인 빈토 배로우 씨를 만났다. 그는 송도초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11개월째인데 환경이 다르고 일에 시달려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동료 영어교사에게 털어놨더니 그녀가 명상을 소개해줬어요. 명상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지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삶이 행복해졌어요.” 일주일에 4차례 명상 수련을 하는 그는 “난 정말 행복하다(I am really happy)”고 거듭 말했다.
배로우 씨는 한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7단계까지 다 수련하지 못하면 고국으로 돌아가 수련을 계속할 작정이다. 그의 수련을 돕는 통역담당 하재욱 도움은 “전 세계에 마음수련센터가 320곳 있어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수련자에게는 명상 진행에 대해 알려주는 도움이 배정된다. 수련자의 일정에 맞춰 수련 스케줄을 정하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센터를 방문해 수련하는 것이지만 시간 내기 어려우면 일주일에 3, 4번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명상시간도 최소 30분부터 3시간까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 박희원 도움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명상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센터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이수미 도움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생활에 전혀 문제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일상 속에 늘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명상 서적을 읽으며 생활의 변화의 시도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다른 사람 흉 안 보기 등 작은 일부터 실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르게 살고자 하는 틀에 저를 가둔다는 생각이 들어 더 힘들었습니다. 편안함 마음, 마음의 자유를 갖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어요.”
그러다 마음 빼기 수련을 접하고는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너무 철학적인 설명만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센터에서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명상법을 알려줘 다가가고 실천하기 쉬웠어요. 지금은 주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매일 충만합니다.”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시와 7시30분 센터에서 ‘행복한 명상’ 공개강좌가 열린다. 현재 부산에는 20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