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오징어를 참 싫어했습니다. 오징어를 보는 것도 냄새도 너무 싫었어요. 초중고 때 급식 반찬으로 오징어가 나오면 아예 안 먹었고 동그랑땡이나 볶음밥 속의 오징어도 골라냈어요. 귀찮고 불편했죠. 친구들이 편식한다며 핀잔을 줄 때면 “누구나 싫어하는 음식 있지 않냐, 나는 그냥 오징어가 싫어”라며 저의 기호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빼기 방법 알고 나니, 어떤 선입견도 없앨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마음수련 대학생캠프에 참가했습니다. 하루는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마음을 버리는데 문득 오징어가 떠올랐어요. 나는 왜 오징어를 싫어할까? 그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담아온 마음의 사진들을 떠올려 봤어요. 그러자 ‘달려라 또뽀’라는 만화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주인공인 쥐들이 오징어 다리를 쥐꼬리처럼 만드는 장면…. 그때 마음에 강렬하게 찍힌 사진 때문에 오징어를 볼 때마다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됐던 거였습니다. 나중에는 쥐를 볼 때마다 오징어가 떠오르고 오징어를 보면 쥐꼬리가 생각났지요.
‘아, 내가 마음에 찍어놓은 사진 한 장 때문에 오징어를 싫어하게 되었구나.’
원인을 알게 된 이상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적으로 그 장면을 버렸어요. 그랬더니 혐오스럽다는 마음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오징어를 봐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실제로 먹어 보니 맛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