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로봇 회사 미국 브룩스 오토메이션(Brooks Automation)은 정밀하고 정확한 로봇을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그 회사의 전무이사이자 로봇 두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근무했던 최춘보 씨. 그녀가 이끄는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팀은 소규모의 UN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최고의 개발팀이었다. 40세에 공학 공부 시작, 1995년 브룩스에 입사한 지 4년 만에 이사의 자리에 오른 동양인 여성. 그녀는 미국인 상위 5%의 연봉을 받을 정도로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풀지 못했던 삶의 근원적 문제를 찾아 고민하던 중 마음수련을 만나게 된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겠구나’ 생각 많을 때
2002년, 50세가 되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부터라도 남은 여생은 하나님의 뜻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구나…그런데 막상 봉사를 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마음이 전혀 봉사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나를 낮추고 상대를 모시는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거든요. 좋은 책도 보고, 좋다는 강연도 찾아다녔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7년을 보내다가 마음수련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어요. ‘마음을 뺀다’는 말이 와 닿아서 2010년 7월, 휴가를 내서 한국에 있는 마음수련 메인센터로 갔지요.
저는 항상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이라는 힘든 날도 있었지만, 마흔 살에 새롭게 찾은 공학의 길을 걸은 후부터는 모든 게 순조로웠으니까요. 40세에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공학을 전공, 3년 만에 졸업하고, 43살에 브룩스 오토메이션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죠. 로봇을 연구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정말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신입 사원이 4년 만에 이사로 승진을 하는 것은 이 회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모든 삶이 결국 나를 돋보이고 싶어서, 나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행동임을 안 순간 어찌나 부끄러운지. 그 ‘잘난 나’를 제발 버리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수련을 해나갔습니다. 우월감, 열등감, 노후 걱정…. 그런 마음들을 버려가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너무나 편안한 거예요. 아, 이게 자유고 행복이구나…. 그러면서 본래의 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본래의 자리에서 아픔도, 걱정도, 잘나고 못남도 없이…. 본래와 하나 되어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수련을 이어나갔어요. 그렇게 꾸준히 수련을 하니 몸도 좋아졌어요. 15년 넘게 먹어오던 위장약도 끊고, 오른쪽 마비 증상도 없어졌으니까요.
로봇의 버그를 없애듯, 사람도 쌓아놓은 마음사진 없애야 해
과학자라서일까요. 마음을 버리면 몸이 건강해지는 원리가 궁금했는데, 그것도 어느 순간 수련을 하다가 알게 됐어요.
로봇에서 가장 위험한 버그(bug)가 메모리 릭(memory leak)이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로봇이 다음 작업을 잘하기 위해선 이전 작업에 대한 내용을 메모리(Random Access Memory)에서 싹 다 지워야 하는데, 이 버그가 생기면 그 내용들을 다 지우지 못하고 조금씩 남겨놓게 돼요. 그럼 나중엔 결국 로봇의 뇌에 정보가 꽉 차서 멈추게 됩니다. 그러면 로봇을 다시 리셋하는 과정에서 Brooks 로봇을 사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억의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 메모리 릭을 고치기 위해 Brooks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엄청난 돈을 투자해요. 근데 저희 팀이 치밀한 연구를 통해 이 버그를 완전히 고쳤어요. 그래서 우리 회사 로봇을 세계 최고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마음을 빼지 않고 계속 쌓아놓으면 어느 순간 두뇌가 제 기능을 못하는 거예요.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가 있고 각 뇌세포는 축과 가지들로 형성되어 있는데, 뇌세포 가지들은 다른 뇌세포의 축으로부터 시냅시스를 통해 정보 전달을 받습니다. 치매 환자들의 뇌를 분석해보면 이 뇌세포 가지들이 막 뒤엉켰다고 해요. 뇌세포 가지들과 뇌세포 축이 연결된 시냅시스들도 다 끊겨 있고. 그러니까 제대로 된 명령이 전달될 수가 없는 거예요.
로봇의 가장 큰 버그가 메모리 릭이라면, 사람의 가장 큰 버그는 ‘자기만의 마음사진을 찍어 쌓아놓는다’는 거였어요. 마치 카메라처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 코, 귀, 입, 몸을 통해, 나 중심적인 사진들을 찍으며 살고 있고, 그것이 차오르는 만큼 몸 마음에 버그가 생기는 거죠.하지만 그 사진들을 빼주면 본래 나로 돌아가, 하나님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건강하게 순리대로 살아갈 수 있는 거고요.
로봇이 로봇의 뇌와 연결된 신경망을 통해 명령을 전달하듯, 사람도 마찬가지. 최춘보 씨가 그 구조를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해주었다. 로봇이 그들의 컨트롤러 안에 기억을 빼지 않고 계속 쌓아만 두면 결국 과부하가 걸려 멈추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17년 전 회사의 자동화 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춘보 씨. 당시 회사의 홍보지에 실린 사진
정확한 마음빼기 방법 대단히 과학적
마음수련 빼기 방법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인류 역사 이래 이렇게 마음을 빼는 방법을 확실하고 명쾌하게 알려주는 곳은 처음이니까요. 가장 기쁜 것은 마음수련을 통해 진짜 하나님을 만났다는 거예요. 저는 하나님조차도 내 마음 안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하나의 상을 만들어놓고 있었더라고요. 하지만 하나님은 나의 관념, 관습을 일체 모두 버렸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성경에도 ‘하나님을 본 자는 죽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즉 ‘나’란 존재를 일체 다 버린 순간, 그때야 비로소 하나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라는 걸 아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이전의 그 어떤 즐거움도 이 행복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요. 이제 제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 자신도 생겼습니다. 굳이 내가 낮아져야 한다 마음먹지 않아도 원래 우리는 하나니까, 저절로 모든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거더라고요.
사직을 하고 회사에서 나오는데 정말 설레었습니다. 이제 나는 한 여자로서, 과학자로서의 삶을 너머 정말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디는구나 싶었으니까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정확히 보일 때의 그 통쾌함이랄까.(웃음)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음빼기의 방법을 알고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제 앞의 그 한 사람이 점점 편안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사랑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