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금융권에서 일하게 되었다. 월급은 많았지만 그만큼 혹독한 환경이었다. 여직원의 근무 태도와 성과를 매달 평가해서 공개적으로 등급을 매겼다. 나는 시제 금액의 1원까지 맞춰가며 매번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금융계 감사에게 칭찬받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거칠게 몰아쉬어지고 팔다리가 경직되었다.
강한 책임감과 완벽주의의 스트레스, 공황장애로 나타나
손가락과 팔목이 마구 돌아가고 혀도 마비가 되어서 꼼짝할 수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와중에도 정신은 또렷했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고 그 생각이 강해질수록 호흡도 가빠졌다. 응급실에 실려가 위기는 모면했지만 그 이후로도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 곤란이 왔다. 오감이 예민해지면서 말초신경이 경직되고 내가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겹치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그러던 중 착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누가 보아도 행복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피곤해지고 몸살을 앓았다. 일년에 반 이상 감기를 달고 살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졌고, 몸을 사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 몸을 더 금덩이처럼 보살폈다. 많이 힘들고 지치면 어김없이 과호흡 증상이 나타났고 또 과호흡을 하게 될까 두려워 나를 더 아꼈다. 그럴수록 체력은 더 떨어지는 바보 같은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이삼 년간 고생을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풍족하지 못한 가정의 장녀로 태어나 무언의 책임감을 항상 마음에 지고 살아왔다. 완벽주의 때문에 나는 물론이고 세상 어떤 사람도 내 기준으로 바라보고 내 틀에 맞추려고 했었다. 열등감이 너무 많다 보니 그걸 감추려고 모든 걸 다 잘해야 했다. 그런 마음들이 나를 더 구속했었다는 것도 알았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란 내가 만든 것일 뿐 원래는 없는 것
수련을 하면서 그 모든 것이 나의 좁은 마음그릇 탓임을 알게 되었다. 속 좁은 내 틀과 욕심, 세상을 향한 원망을 버린 만큼 마음은 여유가 생겼고 스트레스는 내가 만드는 거지, 이 세상에는 원래 없는 것이구나, 모두 다가 내 욕심 때문에 그랬구나라고 마음으로 진정 깨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과호흡 증상이 없어졌다.
지금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도 다음 날 거뜬히 일어날 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정말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을 확실히 안 것 같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보면 연예인들도 종종 공황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마음수련 몇 달만 하면 깨끗이 없어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알고
근본적인 마음의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느새 난 힘들 줄만 알았던 임신도 했고 지금은 17개월 된 사랑스런 아들과, 계속 수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신랑과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이런 벅찬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자체가 세상의 기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