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처럼 살지 않겠다, 행복하게 살겠다고 시작한 결혼생활, 하지만 행복은 없었다. 끊이지 않는 부부 싸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는 손은숙 씨는 마음수련을 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늘 부모 탓, 남편 탓만 해왔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손은숙씨. 감사보다는 원망만 해댔던 자기 모습에 참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참회한 만큼 행복도 찾아오더라는 손은숙씨의 마음 빼기 이야기다.
불행한 결혼생활의 스트레스, 두 딸과 남편에게 풀어
초등학교 3학년까지 꽃밭이 있는 아담하고 넉넉한 집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4학년이 되면서 아버지의 무절제한 생활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갑자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었고, 장래 희망까지도 접어야 했다. 이후로 모든 것을 아버지 탓, 세상 탓, 남 탓으로 돌리며 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착한 척, 이해심 많은 척했지만 나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이었다. 이런 나 자신이 싫었지만 바꿀 수 없었다.
늘 싸우던 부모님처럼 살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겠다며 호기롭게 결혼도 했지만 ‘행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혼생활에 대한 편협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데다 나와 다른 남편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대화도 점점 없어지고 서먹서먹한, 남보다 먼 사이가 되어갔다. 직장에서도 완벽주의 때문에 힘들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인사를 할 때조차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다. 때문에 동료들이 무척 불편했단다.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두 딸들에게 풀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대화로 해결하기보다는 잔소리를 해대며 빨리 하기, 잘하기, 내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기를 재촉했다. 그럴수록 딸들은 짜증을 내고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가끔은 학원에도 가지 않고 놀이터에서 놀며 내 속을 썩였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로 지내면서 “애들도 다 내가 키우는데 당신은 하는 일이 뭐냐”며 원망하기 바빴고, 청소나 설거지를 안 도와준다며 몰아붙였다.
남 탓만 하던 내 잘못을 깨닫다
2005년 6월 시어머님이 암으로 3개월 선고를 받으셨고 남편이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내려와 어머니 병간호를 한다고 하자 대출금 갚으랴 빠듯한 형편에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직장 동료를 통해 마음수련을 알게 되었다. 지역수련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며칠 후, 엄청난 내 잘못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원망만 들으셨던 아버지. 당신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드셨을 텐데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했다. 이 못난 딸을, 돌아가시던 그날까지도 끝까지 사랑해주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이 못난 딸이 참으로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며칠 동안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께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내 마음 바뀌니 주위에 감사하고 고마운 일들 뿐
남편도 마음수련을 시작했다. 이젠 “당신 힘드니까 쉬세요” 하고 말해도 남편은 알아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한다. 그런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고맙다.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하며 엄마를 많이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딸들.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꿋꿋하게 생활하시는 엄마, 늘 부족한데도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는 시부모님, 형제처럼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배려해주는 직장 동료들, 이 세상에서 선생님이 최고라고 생각해주는 사랑스런 반 아이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인가. 내 말과 행동에도 상상도 못했던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진 것이다. 요즘은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 “어쩜, 참 편안해 보이세요. 비결이 뭐예요?”라고 할 만큼 내 얼굴에 미소와 웃음이 생겼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느렸던 말투도 삶의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빠르고 생기 있는 말투로 바뀌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내가 마음속에 쌓아온 관념 관습이라는 ‘마음 사진’만 버렸을 뿐인데, 힘들고 어두웠던 세상이 밝고 행복한 세상으로 변했다. 아침에 눈떴을 때 비치는 한 줄기 햇살에도 행복을 느끼며, 내가 숨 쉬는 공기, 바람 한 줌, 물 한 방울, 나무 한 그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게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