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울보에다가 고집도 세고, 언니가 가진 건 나도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되는 욕심쟁이였다. 게다가 낯가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제일 두려운 게 명절 때 친지들이 모두 모이는 것일 정도였다. 학교에서 발표라도 하려면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부터 빨개져 ‘홍당무’라는 놀림도 받았다. 남 앞에 잘 나서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고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이 싫어졌다.
반장 선거 출마하자 친구들 반응 “도대체 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엄마의 권유로 마음수련 청소년 캠프에 가게 되었다. 소심함과 부끄러움이 없어졌으면, 항상 바랐는데 마음을 버릴 수 있다니! 수련을 하면서 되돌아보니, 그동안 여러 번 전학을 다닌 게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기적이고 정 없는 친구들, 남을 의식하는 마음, 소심한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도 있었다.
‘애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애들이 왜 이렇게 쌀쌀맞지?’ 그런 생각들 때문에 항상 머뭇거리고 뒤로 숨게 되었던 거다. 이 사람은 이래, 저 사람은 저래, 내 멋대로 쌓아둔 변덕스러운 마음들이 길가의 쓰레기보다 더 더럽고 쓸모없게 느껴졌다.
그런 가짜마음들을 다 버리고 2학기를 시작했다. 나는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저의 튼튼한 다리가 반쪽이 될 때까지 우리 반 50명과 선생님의 다리가 되겠습니다.”
어떤 마음도 버릴 수 있는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선거 연설을 하는데 하나도 떨리지가 않았다. 친구들은 나를 뽑아주었고 그 후로 매년 학급 임원을 맡고 있다. 고1 때부터는 사물놀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부장을 맡아 북도 가르치고 봉사 활동도 한다.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따듯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 챙겨주니 후배들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더러운 거? 씻으면 되잖아. 내 마음이 더 더러운데’ 무대에서 춤을 출 때도 ‘부끄러움? 원래 없는 거잖아’ 생각하니 뭐든 할 수가 있었다.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학교생활 스트레스나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마음을 버리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잡생각도 스트레스도 버리면 없는 거라고 하면 친구들도 금방 이해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