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효과

비로소 마음이 쉽니다

구선애 / 주부. 서울 동작구 상도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의 시 <처음처럼> 중에서

마음수련을 하기 전, 겁이 많은 저에게는 수많은 처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제와 다시 접한 이 시는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남편과 딸의 권유로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수련이 가져다준 그 기적 같은 선물을 안고, 오늘도 나는 입원 중이신 어머님을 뵌 후, 마음수련 센터로 향합니다.

몸만큼 아팠던 내 마음을 돌아보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이 병상침대에서 보내는 외로운 긴 투병과 팔십 평생의 기억. 그 번뇌와 수만 가지 생각으로 인해 편히 쉬지 못하시는 괴로움을 보면서, 이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님의 모습이 바로 미래의 내 모습이었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더해지는 마음과 유한한 물질의 몸으로 하루하루 더 쇠약해짐이고 병듦이고 결국엔 소멸되어지는 허무한 마무리였을 텐데, 명상을 한 후로는 언제나 처음 맞는 새날이고 시작만이 있는 삶이 되다니….

이렇듯 지나간 날도 없고 앞으로 올 날도 없이 지금 현재를 살 수 있다는 것을, 불과 2년 전만 해도 알지 못했습니다.

신앙과 다른 길일까 봐 처음부터 마음수련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몸이 아팠기에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두렵기도 했고 귀찮기도 했습니다.

그저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내가 어떻게 살았나 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너무나 의미 있었다는 남편 말과, 명상을 통해 달라진 딸의 모습에, 그렇게 난생처음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마음이 무엇인지를, 사람의 심리작용이 어린 날부터 한평생 어떻게 움직여 가는지를, 현재 나의 상태는 그런 기억들의 결과물이란 것을,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던지 처음 접하는 내용도 놀라웠지만, 그 ‘나’가 누구인지를 처음 안 순간의 놀라움이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병명도 모르는 채 암 병동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온몸의 통증들.

뼈들이 굳었고 휘었고 굽어진 채로 사는 동안 그 병증은, 마음과는 상관없는 과도한 일들과 잘못된 수술 탓으로만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수련을 하며 알게 된 것은, 나의 몸만이 굽고 휘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었던 마음들의 모양새가 바로 그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정과 칭찬에 집착하면서 무엇이든 너무나 열심히 했었던 나

오래 투병하면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나 혼자 만들어놓은 내 마음속 책임과 의무의 나라에서 위축과 자책으로 온갖 짐을 지고 가던 나.

몸에 대한 염려와 애탐으로 과거와 미래를 들락거리느라 단 한 번도 현재에 있어보지 못했던 나.

길가에 핀 들꽃은 담장 너머 멋진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새나 산속 토끼는 오늘 뭘 할지 내일은 또 뭘 할지 고민 없이 그냥 사는데 매순간을 그냥 살지 못했던 나.

온갖 시비와 틀 잣대 기준들이 너무 많아서 딸을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고단했던 나.

나를 돌아보는 일은 시한부 인생의 영화를 보듯이 괴롭고 아팠지만 그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큰 희망이었는지…. 모든 게 내 마음세계에 찍어놓은 사진과 같은 것이었고, 그것들은 마음빼기 방법에 의해 시원하게 버려졌습니다.

그렇게 우주인 본래의 나를 확인해가던 모든 순간순간은 지금도 가슴 뛰는 경이로움입니다.

내 몸 내 마음이 나라고 굳게 믿으며 살았던 그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이별이 결코 쉬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시간이었고 가짜를 버리는 이별 안에서 드러나는 진짜와의 만남은 너무나 자유로웠고 더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비로소 마음이 쉽니다…

했다 하는 열심히 한 내가 없어서 결과가 더 좋았고, 책임과 의무의 짐에서 벗어나니 할 수 있는 것만 기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에 대한 걱정도 없고 힘들다 하는 마음을 버리니 더 건강해졌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을 떠다니는 번뇌와 생각들이 없으니 저절로 집중력이 생겼고, 시비 잣대 틀을 벗으니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였습니다.

특히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딸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치 못해서, 거슬리던 소란한 소리가 사라지고 따뜻하고 조용한 대화만 남으니 그 행복한 소통과 수많은 변화들이 꿈만 같습니다.

숱한 가짐과 바람들을 풍선 놓듯이 놓아버리니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그건 잃음이 아니라 하늘을 얻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저 몸 건강해지고 아무 어려움 없이 힘든 삶에서 편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태어난 목적과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고도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마음의 평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이 아니고 일체의 내 마음이 없을 때이며, 한량없는 자유로움이란 언제 어느 때고 어디를 갈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이 쉬는 때입니다.

모두가 그토록 원하는 명예와 성공은 쉼 없이 애만 쓰는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 마음수련을 마침으로써 저절로 내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지내던 시간에서 휠체어로, 목발로, 마침내 두발로 서고 먼 나라 미국 하늘을 날며 여행을 하기까지, 정말 뜨겁고도 먼 시간을 돌아 돌아 마침내 여기 있음이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항상 격려와 지지를 해주셨던 양가 부모님, 우리 가족 그리고 걸음걸음 부축해주고 이끌어주고 도와주셨던 사랑하는 수많은 인연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