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선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학과 과목 중 하나였던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고, 유명한 사진가들의 사진을 보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과 사진이 가진 힘에 매료되었다. 원래 그림을 공부한 덕인지 나는 기존의 사진과는 다른 나만의 느낌을 낼 수 있었고, 친구들과 교수님들의 칭찬에 자신감이 나날이 커졌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점점 더 ‘나는 남과 달라야 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진을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변질되어갔다.
사진에 대한 집착과 아집, 나를 가둬놓았던 세계에서 벗어나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세상과의 소통이라 생각했던 사진 작업은 오히려 세상과 단절에 이르게 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채, 집념을 집착에 이른 사진에 대한 욕심, 그렇게 아집으로 똘똘 뭉쳐 있는 나에게 다가올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가족도 친구도 멀어져만 갔다.
모두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상황을 직시했다. 그림이다, 사진이다, 창작이다, 하며 쌓아올린 그 세계가 오히려 나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고, 나를 가둬놓은 무덤임을 알게 되었다. 그 무덤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은, 내가 사진을 통해 가지려 했고,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나는 그 방법으로 마음수련을 택했다. 카메라도 놓고 스튜디오도 놓고, 그렇게 일년을 마음공부에 집중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너무도 나만의 멋진 이미지라는 것에 속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린 만큼 나의 시각과 의식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