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평범하지만 엇나가지 않는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았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주변엔 항상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있었으며 부모님 걱정도 안 시키는 자식이었던 것 같다. 나름 둥글둥글하고 단순한 성격 덕분에 매순간 고민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이 다 마음수련을 해도, 나는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마음수련은 마음이 힘들거나 소위 도 닦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갑자기 찾아온 혼란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는 그간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대로 살면 그럭저럭 잘 굴러갔지만, 앞으로의 삶을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오자 갑자기 큰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했고, 뭔가 목표를 세워서 내 의지를 갖고 나아가야 했다. 처음 겪는 선택의 과정에서 중심과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무기력한 상황에 빠진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앞가림만 했고, 가끔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로운 영혼을 표방하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인 양 졸업 후의 소중한 몇 년을 허비했다. 그러던 중 날로 심해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억지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버텨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긴장하고 실수를 반복하다보니 동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날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지옥 같은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결국 직장생활 한 달 만에 마음수련을 내 발로 찾아갔다. 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명상을 시작한 후 단시간 내에 빠른 효과를 바랐던 나는 마음이 급했다. 매일 지역센터에 가서 4시간 이상 명상을 했다. 나를 괴롭히는 온갖 마음들을 빼기 위해 내 삶을 계속해서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그저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점점 내 삶을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현재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잘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가 내 과거의 산 삶 속에 다 들어 있었던 것이다.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언니와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길까 두려웠던 나는 부모님의 말씀을 누구보다도 잘 들었고 칭찬받고 인정받기 위해 행동해왔다. 부모님이 셋 중 누군가를 부르면 제일 먼저 크게 대답을 하고, 쪼르르 달려가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하실지 항상 눈치를 살폈다.
한번은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으셨는데 저녁 차리시는 것을 도운 일이 있다. 엄마 앞에서 얼쩡거리며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수저를 놓고 하다가 그만 소금 통을 쏟고 말았다. 5살의 내가 그 순간에 처음 했던 행동은 으앙 우는 것이 아니라 빙글빙글 웃으면서 엄마의 눈치를 살살 살피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나에게 실망하셨으면 어떡하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마음 비우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해져
그런 어릴 적 한 조각의 기억들은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게 만들도록 내 안에 다 쌓여 있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줄 행동만 했다. 그렇게 사회에서 말하는 바르고 정직한 삶이라는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저 남들이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생기자 무너져 버렸다. 나는 그저 남들의 인정과 칭찬만을 먹고 사는 열등감 덩어리였던 것이다.
처음이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자기 객관화가 잘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나를 객관적으로 본 적이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늘 내 안위를 위해 눈치를 보고 착한 척 바른 척 성격 좋은 척했지만 단 한 번도 남을 위한 적은 없는 삶이었다.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믿어왔는데 오히려 모든 순간을 최악의 상황으로 세팅해놓고 그 안에서 그나마 최선책을 찾는 긍정적인 척하는 부정덩어리였다.
밑바닥의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직면하고 나니 더 이상 그런 나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내가 진짜 내가 아닌 그냥 사진인, 가짜인 나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있었다.
실제 마음수련의 매 과정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가짜인 나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조금씩 알아갔고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마음수련 전 과정을 마치고 난 후, 명상을 하기 이전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나이다.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어떻게 컨트롤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무의식의 사진세계를 버리고 나니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또 인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나니 어떠한 좌절의 조건이 와도 삶이 희망으로 가득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안다. 깜깜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혼란의 인생에서, 언제나 내일이 기대되는 즐거운 인생으로 바뀌었다.
맨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나만 행복해지면 돼, 나만 편해지면 돼,라는 마음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진짜 행복과 자유를 알게 되니 나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마음수련은 너무나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고, 끝까지 할 수 있다. 가짜인 나를 고집하지 않고 방법대로만 따라간다면 누구든지 되는 100프로의 방법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수련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지기를 깊이 소망한다.
송명근 님은 1989년 충북 옥천에서 3녀 중 둘째딸로 태어났습니다. 2013년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사회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던 중 삶의 불안감과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떨칠 수 없어 2015년 4월부터 마음수련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레코딩 회사에서 다니며,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즐거운 사회생활, 활기차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