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 나는 일년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 비행기 타기란 공포 자체였다. ‘어어, 어…’ 앞바퀴가 뜨는 순간 손발이 차가워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몇 년 후 언니가 미국으로 시집을 갔다. 언니를 보기 위해 미국에 갈 때면 열 시간 동안 꼼짝없이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비행기 추락에 대한 두려움 버리고 비행 여행 즐기게 돼
나중엔 비행기라면 쳐다보기도 싫어졌고 아예 한국 밖으로 나가는 걸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마음수련에서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 귀, 코, 입, 감각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이 관념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비행기 공포증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만 해도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사촌오빠가 비행기 추락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날아가다가 3초 정도 뚝 떨어진 거야, 죽다 살았어!”
오빠는 그때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했고, 듣는 순간 낙하하는 무서운 놀이기구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때부터 즐거웠던 비행기 여행은 두려움 자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 마음사진만 버리면 나도 바뀔 수 있겠구나, 희망이 생겼다. 비행기에 대한 마음사진들, 들은 것, 본 것, 느낌조차 버렸다. 실제 비행기를 탈 때도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버렸다. 그러자 마치 버스를 타듯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