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빠에 대한 부정적 생각들이 마음의 벽 쌓게 해
고맙다, 잘한다, 사랑한다,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늘 아빠만이 옳은 양 저를 이해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아빠가 싫었고, 차츰차츰 대화를 안 하게 되더니, 꼭 필요할 때도 얼굴도 보지 않고 이야기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심코 아버지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된 것을 봤습니다. 머리카락을 보고 나니, 얼굴을 보게 되고, 몸 전체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나 늙으신 아빠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저렇게 늙으셨는지….
마치 아빠의 흰머리가 저에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저는 비로소 아빠와 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뭐 때문에 아빠를 봐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냉정하게 대하고 진짜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었나. 그 무렵 마음수련을 하고 있던 저는 분명하게 그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빠에 대해 쌓아놓은 부정적인 마음들이 어느새 벽으로 쌓여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아빠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부정적인 마음 빠져나가자 아빠에 대한 감사함 생겨
하지만 마음수련을 시작한 이후 아빠에 대한 부정적 마음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나간 만큼 아빠를 대할 때 미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태도와 행동 또한 많이 바뀌며 그냥 아빠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8년 입대를 앞둘 무렵 가정불화가 폭발하여 아빠가 정말로 힘들어할 때가 있었습니다. 회사, 술, 회사, 술…. 그때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 답답했고, 싫었습니다.
“아빠 잘못이잖아” “엄마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하며 아빠에게 상처가 되는 말만 해댔습니다. 설령 아무리 아빠가 잘못했다 한들, 하나뿐인 외동아들이 그랬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아빠, 그때는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동안 부정적으로 쌓아놓은 제 마음 때문에 진실로 아빠를 보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 가짜마음들에 속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아빠,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좀 내주세요. 제가 십 년은 젊어 보이게 염색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