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족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삶의 기본을 배우고, 깊은 유대와 위안과 치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 배우자, 자식에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기대가 채워지지 않아서 실망하고, 화와 분노가 되고, 원망과 미움이 되고 맙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가족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극복할 수 없는 갈등도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도 없습니다. ‘갈등이 드러나서 고맙다’ 생각하고 노력한 만큼 더 나은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한 3가지 방법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1. 나의 감정을 돌아보기
부모와 자식이 갈등이 생기면 서로가 괴롭고 힘이 듭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고 자식은 미움과 죄책감 등의 마음으로 힘이 듭니다. 누구나 좋은 부모, 좋은 자식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기감정을 알고 다루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는 것에 서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자기성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나를 제대로 알려면, 나조차도 나에게서 한 발 떨어져 봐야 합니다. 그런데 감정은 강한데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면 한 발 떨어져 볼 수가 없어요. ”
– 오은영, 「화해」 중에서
공부하지 않는 자식의 행동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노의 속을 보니 두려움의 감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면 ‘저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결국 책임져야 하는 건가?’라는 미래의 불안감이 분노의 감정으로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뭐가 두려운지? 두려움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이런 나의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이해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화해할 수 있습니다. 가족 갈등을 해결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가 나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명상입니다.
2. 달라진 모습 보여주기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온 가족의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만 달라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문제는 대개 부모의 문제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달라지면 고리가 풀리면서 가족이 변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내와의 불화 때문에 명상하게 된 가장이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아이 교육과 집안 살림을 다 맡기고 나 몰라라 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자신과 살아준 아내가 정말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이분은 뭐라도 달라져야겠다 싶어서 난생처음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었다 합니다. 아내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더랍니다. ‘당신이 변했다고? 얼마나 오래 가나 두고 보자’ 아내의 마음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집안일에 무심했던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니까 아들은 덩달아 방 청소를 하더랍니다. 존중받는 느낌, 아내는 신혼 이후 처음으로 행복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감정을 알고 돌아보면 내 잘못이 보이고 행동이 바뀌게 됩니다. 나의 행동이 바뀌면 가족이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3. 인내를 가지고 소통하기
가족 구성원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심각해집니다. 가족이 모여서 밤을 새워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 듭니다. 그런데 가장 힘든 사람은 갈등 당사자입니다. 본인도 잘하고 싶지만, 해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럴수록 심각하게 다그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력감만 느끼게 됩니다.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 주고 지켜봐 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먹고 싶은 거 없니?” “오늘 어땠어?” 가벼운 대화를 짧게, 자주, 부담 없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편안하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안전하다고 느껴지고 신뢰가 생겨야 깊은 얘기도 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심하면 짧은 대화를 해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노력하는데도 반응이 없는 상대를 보며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상황을 바꾸고자 의지로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은 빼기명상이 도움이 됩니다.
태어나보니 가족이었습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무한한 이해와 애정을 기대하기 때문에 더 힘든 관계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비 온 뒤의 땅이 더 단단하듯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갈등을 극복하면 더 건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되 감정을 빼고 말하고, 충분히 들어준다면 풀지 못할 갈등은 없습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를 돌아보고, 자신이 먼저 달라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참고도서
- 이호선, 가족이라는 착각, 유노라이프, 2022
- 오은영, 화해, 코리아닷컴, 2019
- 오은영,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녹색지팡이,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