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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유재석, 리더의 조건을 말하다

지난 5월, 무한도전에서는 ‘새로운 10년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갈망, 그리고 6.4 지방선거와 맞물려 ‘무한도전 선택 2014’ 국민투표는 더욱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무려 45만 명이 넘는 수가 투표에 참여, 결국 유재석 후보가 노홍철, 정형돈 후보를 물리치고 차세대 리더로 당선되었지요.

이미 수많은 화제가 되었던 선거,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선거의 과정이 과거가 아닌 현재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리더의 조건’을 생각해보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이미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무한도전 장기 집권을 해왔던 유재석, 그는 어떻게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무한도전 유재석을 통해 보는,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조건 다섯 가지.

하인이 된다, 진심으로 섬기는 마음

무한도전 선택 2014, 새로운 10년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의 과정은 기존의 선거와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하하,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유재석 여섯 후보의 출마 선언부터 시작해 표심을 잡기 위해 각자 선거 운동도 펼치지요.

선거 운동을 위해 유재석 후보 측에서 만든 홍보 영상은, 수많은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밀회>의 두 주인공 김희애, 유아인을 패러디한 영상이었습니다.

김영철(김희애 역) : 너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유재석(유아인 역) : 저 하인이요. 유하인. (ㅋㅋ)

보기만 해도 빵빵 터지는 가운데 유재석은 마지막에 이런 멘트를 하지요.

“그렇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준비하며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시청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하인으로서 이 한몸 바쳐 웃겨드리겠습니다.”

그는 실제로 목욕탕에 가서 직접 시민 분들의 때를 정말 열심히 밀어 드리며 한 표(^^)를 부탁하는데요. 시민 한 분, 한 분을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심으로 그들을 모시려는 진정성이 느껴졌지요.

그는 팀 멤버들에게도 군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나하나를 배려하며 그들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왔는데요. ‘먼저 진심으로 섬겨라, 그러면 그들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는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위기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분명한 원칙과 소신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선거라면 후보들의 기조연설과, 토론 시간이 빠질 수 없겠죠. 무한도전 역시 첫 번째 토론으로, ‘무한도전의 현주소를 검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어떻게 위기를 타파할 것인가. 각종 대책들이 나오는 가운데, 유재석은 명언록에 오를 만한 이야기를 하지요. 위기에 대한 대안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무한도전의 기본은 웃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진짜 위기는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것이 위기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위기는 뭔지 아십니까.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더 큰 위기입니다. (중략) 우리는 시청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시청률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웃음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 무도가 지켜야 할 기본입니다.”
“절대 우리는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세에 흔들렸다면 무한도전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대세가 아닌 것에 주목을 해야 대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 대세를 쫓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대세를 만드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이후에 계속되는 유재석의 말들은 그가 얼마나 정확한 현실 인식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지금의 이 위기 상황의 대안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족, 사생활을 모두 보여드리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노홍철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을 밝히지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을 때 도저히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는 방법은 가족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전 가족 공개 절대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을 논해보지 않고 지금 떠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진 않겠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무한도전은 도전입니다. 도전. 하지 않은 것, 어려운 것, 힘든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 바로 도전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쉬운 것 그것은 도전이 아닙니다.” (무한도전 379회, 2014.5.17. 방송에서)

그는 무한도전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가치, 그것이 갖는 의미를 알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원칙과 소신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합니다.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지요.

변치 않는 초심 & 끊임없는 노력 : 잘못하면 제일 먼저 곤장을 맞을 수 있는 사람

무한도전의 선거는 결국 유재석, 노홍철, 군소 정당들의 대표 정형돈 이렇게 3파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노홍철과 정형돈을 지지했던 많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 유재석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무한 신뢰 때문이었을 겁니다. 끊임없는 자기 관리,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늘 열려 있는 사람…. 오랫동안 집권해왔지만, 그라면 진부함이 아니라 계속해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지요.

그리고 유재석이 당선된 후 가장 처음 한 것은 바로 ‘홍철아, 장가가자’의 내용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끼쳤다면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고 리더인 그가 먼저 곤장을 맞지요. 제작진 대표로 김태호 피디까지 나와 곤장을 맞습니다. ‘잘못하면 곤장을 맞겠다’는 공약을 바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팀의 잘못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정말이지 리더가 안 될 수 없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있네요.

나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

“2006년 월드컵 할 때. 예능 처음 시작하면서 한참 많이 혼나고 되게 주눅 들어 있었거든요. 막 안 풀리고 하는데 재석이 형이 딱 얼굴 보면서 ‘야, 스타는 아무나 되는 줄 아냐.’ 순간 너무 서운한 거야. 그런데 딱 돌아서면서 들릴락 말락 한마디 있잖아요. ‘야. 그런데 그 스타가 너가 되지 말란 법은 없어.’ 그게 너무 힘이 되는 거야.” (정형돈. 무한도전 359회. 2013.12.7.)

정형돈이 과거를 회상하며 했던 이야기였죠. 유재석이 후배들을 챙기며 그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일화는 너무나 많은데요. 무한도전 역시 처음에는 유재석이 혼자 끌어가는 느낌이 있었다면, 점점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멤버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각자의 개성 코드를 발휘하지요. 그럴 수 있었던 것도, 일인자 자리에 집착하지 않고 멤버들 모두의 특성을 하나하나 살려내려고 노력했던 유재석의 공이 컸다는 것은 멤버들 모두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무한도전 선택 2014! 투표가 유재석의 승리로 끝나고, 유재석은 박명수, 정형돈, 하하 등 멤버들의 과잉 오바 호들갑 축하를 받으며 당선 수락 연설을 하러 갑니다. 그 연설 안에는 모든 멤버들의 공약을 두루두루 포용하는 멘트가 담겨 있었죠.

“정말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투표를 해주실지는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서 투표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약속들. 우리 시청자 여러분과의 의리(하하 거) 때로는 부모님을 때로는 스승님으로 모시며(노홍철 거) 시청자 여러분들이 눈물 나게 웃을 수 있도록(정형돈 거)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서 지난 9년간 시청자 여러분의 응원이 없었다면 저희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무한도전은 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말하지요. “위(연단)로 좀 올라와주시겠습니까?” 그리고는 다 같이 무한도전을 외칩니다. 이 시점에서는 왠지 뭉클~!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만들려는 사람, 나의 성과가 아니라 우리의 성과를 만들어가려는 사람, 비록 때로는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 저절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가슴은 따듯하게, 머리는 차갑게

“저는 개인적으로 유재석씨의 리더십을 보면서 유재석씨가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고 소통을 잘하는 거 같습니다. 무도가 10년 가까이 올 수 있었던 게 유재석씨가 멤버들을 이끄는 힘이 대단해요. 유재석씨를 통해서 국가의 지도자로서 카리스마와 소통을 겸비한 지도자를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김구라, JTBC <썰전> 66회(2014.6.5. 방송)에서

따듯한 가슴으로 언제나 나를 존중하며 소통하지만, 또한 냉철한 머리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며 중심을 잡고 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카리스마도 겸비하고 있는 지도자. 김구라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일 텐데요.

마틴 루터 킹 목사,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등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위대한 사람들을 분석한 책,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에서는 강인함과 따뜻함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사람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고 말하지요.

“그들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나서려고 하며(따듯함)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강인함)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리더가 되기를 기대하며 그들이 책임을 맡는다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죠. 그 글귀를 보는 순간 대한민국 최고의 MC, 최고의 예능인으로 손꼽히는 유재석에게도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런데 잠깐~!!! 유재석을 통해 살펴본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조건들을 읽으며, 내 주변의 리더 모습이랑은 혹은 나랑은 너무 거리가 먼 것이라 느껴졌나요?ㅜㅜ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앞서 인용했던 책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는 강인함과 따듯함을 겸비한 리더의 자질은 결코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학습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유재석이 정형돈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패러디하여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저 같은 특급 리더, 당신이라고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p.s 다음 포스팅에서는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토네이도)에서 찾은, 하버드대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밝혀낸 성공적인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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